단 1,000원으로 나락보낸 사건
댓글
0
추천
0
12.05 08:42
이 아죠씨는 클리포드 스톨(Clifford Stoll)이라는 천체물리학자다
아이러니하게도 천체물리학자인데 악성 소프트웨어의 용어를 확립해버렸다
무슨 소리냐면 천문학자인데 별을 발견해서 XX라는 이름을 붙였다~ 가 아니라
이 아죠씨 때문에 '뻐꾸기 알' 이라는 단어가 악성 소프트 웨어에 쓰이기 시작했거든
이야기의 시작은 1988년 로렌스 버클리 연구소에서 시작된다
부업이었는지 뭔지는 몰라도 클리포드 스톨은 컴퓨터 시스템 관리자였는데
회계 장부를 정리하다 보니 75센트(약 1천원)의 회계 착오를 발견한 것이다
수십 수백도 아니고 꼴랑 천 원의 오류라면 대부분 넘어가거나
귀찮으니까 자기 돈으로 때울수도 있는 상황
하지만 눈깔이 뒤집힌 클리포드 스톨은 천원이 왜 비는지 용납할 수 없었다
내가 회계를 보는데 어째서 오류가 있는건데? 하며 학자로서의 존심이 긁혔나?
아무튼 학자가 하나에 집착하고 눈 돌아가면 무섭다는 걸 보여주듯
클리포드 아죠씨는 기어코 추적하고 추적하고 추적해서
누군가가 무려 연구소의 서버를 '9초'나 무단으로 사용했다는 걸 찾아냈다
동네 데이터 거지가 와이파이 몰래 써도 9초 정도는 무시할 법 한데
이 아저씨는 기어코 찾아낸 9초의 무단 사용 기록을 FBI에 넘긴다
클리포드 : 님들아 누가 연구소 서버를 9초나 무단 도용해서 1천원 손해봤어요
FBI : ??? 설마 우리보고 천원 도둑을 잡아달라는 건 아니죠? 천하의 FBI가?
당연하게도 FBI는 너무나도 소액이라는 이유로 수사를 거부한다
솔직히 동네 경찰서에서도 천원짜리 도둑은 안 잡아주지 않을까
하지만 이미 눈알이 돌아간 학자에게는 금액이 중요하지 않았다
천원 도둑, 9초 도둑을 반드시 찾아내고 말겠다
그런 집념으로 추적하고 추적하고 집착을 오지게 한 결과
클리포드는 기어코 이 9초 도둑이 뭘 했는지 알아내고야 만다
이 9초 도둑은 연구소 서버를 통해 미군사시스템을 해킹,
군사 정보 자료를 탈취하고 있던 국제 스파이였던 것이다
아니 천원 도둑을 파헤쳤더니 존나 큰 게 나오네?
아니 근데 국제 스파이고 지랄이고간에 니가 우리 연구소 천원 훔쳐갔잖아!
솔직히 이쯤 되면 국가 정보 기관에 자료를 넘기고 수사를 요청할 법 한데
클리포드는 자기가 이 천원 도둑 씹쌔끼를 잡아 조지겠다는 열의로 불타기 시작한다
이놈 시키가 군사 정보를 빼간다는 걸 알고, 가짜 정보를 서버에 미끼로 뿌려버린 것
그리고 그걸 성공해서 상대가 누군지 파악한 뒤에서야 만족하고 정보를 넘겨버린다
누군지 알아냈으니 체포는 니네가 하라고 ㅋㅋ
천원 도둑, 9초 범인은 바로 독일 출신 해커 마커스 헤스(Markus Hess)
400대 이상의 미국 군사 컴퓨터를 해킹하여 소련에 판매한 해커로서
반도체, 위성, 항공기, 우주 관련 과학적, 군사적 기밀을 해킹한 남자다
해킹 방법은 이해하기 어려우니까 대충 설명하자면
위성 링크, 대서양 케이블 > 장거리 통화 서비스 > 연구소 서버 > 군사 컴퓨터 해킹
이런식으로 우회하고 단계를 밟아가며 군사 기밀을 빼내는 해커였음
여기서 클리포드가 만든 가짜 정보가 뻐꾸기 알(The Cuckoo's Egg)로 불리고
이후 클리포드의 자서전 제목이 되어 베스트셀러에 올라
결국 악성 소프트웨어를 부르는 용어로도 쓰이기 시작했다
여담으로 헤스는 '대체 어떤 인텔리전스에서 날 추적했습니까?' 라고 질문을 던졌는데
천원을 도둑맞은 천문학자가 개빡쳐서 함정을 파놨다는 대답이 돌아오자 망연자실했다고